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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

‘생명체의 존엄한 존재’ '퍄슈파티나트' 힌두사원을 찾다

by 에코j 2017. 4. 26.

 

바그마티(Baghmati)강가의 강둑에 늘어선 화장터 가트(Ghat)에서 시신을 화장을 하고 있다.

카트만두 중심가에서 동쪽으로 5km 떨어진 바그마티(Baghmati)강을 접하고 있는 ‘파슈파티나트 사원’은 힌두교 최대의 성지(聖地)이며, UNESCO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이 사원은 원래 힌두교 ‘파괴의 신’이라는 시바신에게 헌납한 사원인데, 파슈파티나트(Pashupatinath)는 시바의 여러 이름 중 하나로, 파슈(Pashu)는 '생명체', 파티(pati)는 '존엄한 존재'라는 뜻이다.

장작을 4단 정도 쌓고 시신을 그 위의 ‘티타리라’에 올리고 맨 꼭대기는 짚으로 덮고 화장을 한다.

입구에서 걸어 들어가니 왼쪽으로 강이 보인다.​ 강가에는 양쪽으로 예사로운 모습이 아닌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는 도중에 힌두교의 화장 모습을 직접 목격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쉽게 와닿지 않았었는데, 강가에서 벌어지는 화장 장면을 직접 보니 자연스럽게 몸가짐이 달라짐을 느낀다.

다리 위쪽의 귀족들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시설에서는 화장을 하고 있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힌두교는 인도에서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브라만교(婆羅門敎)와 민간신앙이 융합하여 발전한 종교라고 한다. 무신론자인 내가 굳이 종교에 관한 얘기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이유는 종교에 대해서 아는 것이 너무 없어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을 위해 들 것인 ‘티타리라’에 실려 노란 천으로 덮혀 있는 시신과 유족들이 보인다.

 독실한 힌두교도들은 바그마티강에서 몸을 씻는 것을 소원으로 여기고, 죽음을 맞이한 후에는 이곳에서 화장된다고 하는데, 바그마티 강둑에 늘어선 화장터 가트(Ghat)에서는 가족의 시신을 태우면서 우는 유족들을 볼 수 있었다. 강 건너에는 가트가 줄지어 있는데, 맨 오른쪽에서는 화장이 진행 중이고 가운데와 왼쪽에서는 화장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장작을 4단 정도 쌓아 올리고 시신을 대나무 들 것인 ‘티타리라’에 올려 장작더미 위에 놓고 맨 꼭대기는 짚으로 덮고 화장을 한다.

강가의 계단에는 화장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유족들과 관계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힌두교신도가 전체 국민의 80%인 네팔에서는 생을 마감하면 화장이라는 장례의식을 거치게 된다. 이는 화장을 해야 다시 윤회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세르파 로싼이 알려준 장례에 관한 얘기를 소개하면 죽으면 최대한 빨리(24시간 이내) 화장을 시키는데, 가족 친척들이 모인 후에 시신을 화장터에 옮긴다. 시신을 화장하는 절차로 불을 붙이는 일은 아들만이 할 수 있는데 어머니는 막내아들이, 아버지는 큰아들이 붙이며 불은 시신의 입에서부터 붙인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나쁜 일은 입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란다. 화장터에는 여자 친척들만 참석하고, 가족들은 집에 남아 있으며, 유족들은 하얀 옷을 1년 동안 입어야 하고, 머리는 모두 깎고 정수리에 한 줌만 남겨놓는다고 한다.

다리 위쪽으로 왕족과 귀족들의 시신을 화장하기 위한 가트(Ghat)와 유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파슈파티나트 사원에 있는 ‘아르여나트’라 불리는 화장터는 신분에 따라 사용장소가 나뉜다. 다리를 중심으로 다리 위쪽에 있는 2개의 화장터 중 상류 오른쪽은 왕족만 이용하는 것이고, 맞은 편은 귀족의 것이며, 다리 아래로는 하층민이 이용하는 모두 7개의 화장터가 있다. 죽어서도 계층이 구분되고 계층에 따라 받는 대우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니 씁쓸한 기분이다. 죽은 자를 보내는 상주들과 그 모습을 구경하는 관광객들의 모습 등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느끼는 감정은 복잡 미묘하다.

제사를 지내고 있는 유족들. 오른쪽 상의를 벗고 있는 남자 유족은 정수리에 한 올 정도만 남겨두고 머리를 모두 깎았다.

 힌두교도에게 죽음은 오히려 자유롭게 되는 길이며 각 개인의 삶에서 긍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화장의 의미는 새로운 창조를 위한 해체이고 순환 과정일 뿐이다. 강 건너에서 화장하고 있는 시신이 타는 메퀘한 냄새는 역겨움을 줄 수 있지만, 관점을 달리하여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종교적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냄새는 결코 역겨움으로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하면서 다음 장소로 발길을 돌린다.

파슈파티나트 힌두사원 안에는 노란 옷을 입은 힌두교 성직자들이 관광객들에게 다가서 이마의 문 위 가운데 ‘빈디’를 찍어주고 돈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