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 공가사(贡嘎寺 3,850m) → [공가빙하] → B.C.(4,200m)
05:20 잠에서 깨어 산장 밖으로 나왔다.
고산지대임에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포근함이 느껴지는 새벽이다.
아직도 어둠이 낮게 드리워진 산장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날이 더 밝아지기를 기다렸다가 근심을 떨쳐버리려 해우소를 찾았다.
중국에 오면 항상 걱정이 되는 것이 용변의 처리문제다.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도시지역은 많이 나아졌으나 아직도 시골로 오면 예전 그대로여서 난감한 처지에 놓이고 만다.
오랫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근심을 떨쳐버릴 수가 있었다.
시설이 현대식이라서가 아니라 냄새도 심하지 않고 왠지 편안한 느낌을 주는 해우소였다.
날이 밝아온다.
공가산에서 보는 아침 일출과 공가산 주봉의 설경이 유명하다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서 아쉬움 속에 접어두어야만 했다.
어제 오후 보았던 건너편의 하얀 물줄기로 선을 그으며 흘러내리는 계곡이 '공가빙하'로 오늘 산행은 그 계곡을 따라 B.C.까지 올라갈 예정이다.
산장 옆에 붙어 있는 공가사. 라마불교의 사원으로 알고 있는데, 안내문에는 monastery(수도원)로 표기되어 있었다.
공가사 마당. 오토바이도 있고, 트랙터(?)도 있다. 그렇다면 여기까지 오는 찻길이 있다는 말인데, 어디로 길이 열려있지?
공가사 본건물과 산장 건물 사이에 있는 관음전. 문이 열려있어 안으로 들어가보니 이름을 알 수 없는 불상과 마니차가 있었다.
산장 안의 아침. 마부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근심을 시원스럽게 몸에서 떨쳐버리고 산장으로 돌아오니 모두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5명의 마부들이 분주하게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친정 어머니와 남자들은 아침준비를 하고 있는데 딸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머리를 손질하느라고 여념이 없다.
산장 2층 방앞 난간에서 유심히 건너다 보니 머리 손질하는데 무려 30분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다.
10필의 말에는 야영장비와 대원들의 카고백을 실었다. 이제 출발준비는 모두 끝이 났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방에 돌아와 베낭에 넣고 갈 짐과 카고백에 담아갈 짐을 구별하여 짐 정리를 마쳤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계획된 오늘의 스케줄은 단순하다.
산장을 출발하여 공가빙하를 따라 B.C.까지 걸어서 5~7시간을 올라가면 되는 일정이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08:24 공가사 산장을 출발한다. 주변은 운무가 짙게 끼어 있다.
산장을 출발하면 먼저 내리막길을 따라 계곡으로 내려가야 한다.
손목에 찬 고도계의 기록대로 하면 3,670m에서 3,540m까지 내려갔다.
대열의 앞에 서서 산행을 시작하여 계곡으로 내려왔는데 난감한 일이 벌어진다.
선두에서 길을 안내하던 가이드들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를 하고 있다.
아마도 계곡을 건너야 할 형편인가 보다.
계곡을 흘러내려오는 수량이 만만치가 않다.
게다가 빙하가 녹아 흘러내려 오는 물이라 무척 차가운 상태다.
달리 선택의 여지는 없다.
건너야만 한다.
계곡을 따라 올라오고 있는 대원들. 어디로 건너야 할지 지점을 찾고 있는 중이다.
짜시와 알거가 신을 신은 체로 계곡을 건넜다. 물살에 휩쓸려가지 않도록 좌일을 펼치면서..... 계곡의 폭이 결코 만만치 않은 거리다.
베낭을 내려놓고 등산화 끈을 풀어 양말을 벗고 계곡을 건널 준비를 하고 있는 대원들
펼쳐진 좌일을 잡고 가이드 이정철을 선두로 [발자국]님이 먼저 건너기 시작한다.
나도 뒤따라 한 구간을 건넜다. 발이 시려 깨질것만 같은 차가움이 온몸을 타고 올라온다. 뒤이어 [솜리댁]과 [에코]대장이 건너오고 있다.
두번째로 건너가야 할 구간이다. [발자국]님과 [바람개비]님이 건널 준비를 하고 있고 가이드 보조 [알거]가 넘어지지 않도록 좌일을 잡아주고 있다.
[산돌이]님이 첫번째 구간을 건너고 있고, 나머지 대원들이 근심스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원들이 건너고 있는 동안 마부들이 도착했다. 먼저 건넌 [바람개비]님이 그 모습을 여유롭게 앉아서 카메라에 담고 있다.
물살이 세고 물이 매우 차서 건너기가 쉽지 않다. [숙희]님은 마부의 등에 업혀서 건너고 있다.
대원들이 건너고 나니 뒤따라 오던 마부들이 말을 끌고 건너고 있다. 의외로 제일 나이가 많은 할머니 마부가 앞장서 건너고 있다. 마부들은 늘 그랬는지 아무런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없이 신발을 신은 체로 건너고 있다.
계곡을 건너는 모습이 마치 피난민 행렬을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현상]님도 업혀서 건너고 있다. 추위를 참지 못해서 그랬다고 한다.
여유 있게 계곡을 건너 두 명의 여전사들은 나머지 대원들과 마부들이 건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첫번째 계곡을 건너는 모습은 한바탕 소동을 방불케 했다.
계곡물의 차가움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물 속에 단 10초도 발을 담그고 있기가 힘들 정도의 차가움이었던 것 같다.
계곡을 무사히 건넌 대원들은 계곡을 따라 다시 오름짓을 계속한다.
계곡에는 따로 등산로가 있는 것이 아니다.
편리한대로 길을 찾아 올라가면 되는 것이다.
계곡을 따라 오르막길을 올라가면서 뒤돌아보니 산기슭에 우리 일행이 머물렀던 공가사 산장이 보인다.
산장을 출발한지 두 시간이 지나고 있다.
계곡을 건너느라고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뒤따라 오던 마부들과 말은 이미 우리 대원들을 앞질러 저만치 올라가고 있다.
맨 앞에서 대열을 이끌고 가고 있는 할머니가 군데군데 타르쵸를 바위 위에 한 장씩 올려놓고 날아가지 않도록 돌로 눌러놓으면서 가고 있다.
대원들을 앞질러 계곡을 따라 B.C.를 향해 올라가고 있는 마부들. 타르쵸를 군데군데 올려놓고 간다.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뒤따르는 우리 대원들에게는 표지기와 같이 길 안내 역할을 해주고 있다.
< 고소증과 관련하여 알아두면 좋을 상식 >
"기압이 고도가 3000m, 4000m, 5000m 일경우 해수면에서의 기압 1013 hPa대해서
701.12, 616.45, 540.25 hPa이니 공기(결국 산소도)가 69%, 61%, 53%로 ...(급속하게 떨어진다는 사실.)
결국 뇌를 포함 산소가 적게 공급이 되니 머리가 아프고 구토, 어지럼 등의 고산증세(고산병)가 ... -_-
(위의 수치가 맑은 날을 전제로 한것인데, 흐리면 더 ...)"
701.12, 616.45, 540.25 hPa이니 공기(결국 산소도)가 69%, 61%, 53%로 ...(급속하게 떨어진다는 사실.)
결국 뇌를 포함 산소가 적게 공급이 되니 머리가 아프고 구토, 어지럼 등의 고산증세(고산병)가 ... -_-
(위의 수치가 맑은 날을 전제로 한것인데, 흐리면 더 ...)"
이상의 글은 산친구이자 물리학자이신 [산에서]님께서 댓글로 알려주셨습니다.
계곡을 건너고 나서 오르막길은 큰 어려움이 없이 순조롭게 올라갈 수 있었다.
대열의 앞에 서서 순조롭게 올라간다.
한참을 올라가도 보이는 것은 계곡과 계곡을 따라 흘러내려오고 있는 하얀 물줄기 뿐이어서 단조롭기만 하다.
그나마 위안을 주는 것은 사방에 널리 피어 있는 이름모를 고산의 들꽃들이었다.
솜다리(에델바이스).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종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 꽃이지만, 이곳 고산지대에는 밟지 않고는 지나갈 수가 없을 정도로 지천으로 피어 있다.
산장을 출발한지 세 시간이 지났다.
해발 3,870m 정도 되는 지점의 개활지에 베낭을 내려놓는다.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구간은 고산증에 적응이 되어 있다면 그리 힘든 구간은 아니다.
대신 주변 조망이 별다른 것이 없어 꽤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구간이다.
먼저 도착한 마부들이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누며 쉬고 있다.
고소로 힘은 들지만 사진 찍을 때는 우아하고 밝은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면서......ㅋ [산돌이], [바람개비], [숙희], [솜리댁]
계곡을 따라 올라다가다 고개를 들어 산 윗쪽을 바라보다가 우연히 처음으로 하얀 눈으로 뒤덮힌 설산의 일부를 잠깐동안 볼 수가 있었다.
또다시 계곡을 건너야 한다.
이미 한 번의 경험이 있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신발을 벗는다.
처음과는 달리 한 사람씩 동요 없이 차가운 물을 가로질러 건너고 있다.
경험이라는 것이 사람을 달라지게 한다.
그것도 많이......
인간의 환경에의 적응력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솜리댁] 가이드의 손을 잡고 건너고 있는데 여전히 발이 시린 모양이다.
두번째 건넌 다음에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웃으면서 신발을 다시 신고 있는 일행들.
계곡을 건넌 일행들이 신발을 다시 신고 있다.
경사가 심한 구간이다. 일행은 조심스럽게 구간을 통과하고 있다.
마부의 캡으로 보이는 할머니(61세 ?)는 조그마한 체구임에도 당차고 자상함이 돋보였다.
경사가 심한 위험구간에 도착하니 먼저가던 할머니가 다시 돌아와서 내게 손을 내민다.
혼자 건널 수 있다고 사양을 해도 기어코 자기의 손을 잡고 따라오란다.
더 이상 거절하기가 힘들어 손을 잡았다.
오히려 혼자 가는 것보다는 힘이 들고 더 위험했지만 난 그의 친절을 결코 거절할 수 없었다.
위험구간을 통과하니 또 계곡을 건너가야만 했다.
그래야만 했기에 자연스럽게 신발을 벗어 목에 걸고 계곡을 건넜다.
두 번에 걸친 경험이 한층 더 여유롭게 만들었다.
[바람개비]님이 할머니의 얼굴에 떡칠에 된 썬크림을 골고루 발라주면서 손질을 해주고 있다. 재밌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할머니와 손거울을 들고 얼굴을 매만지고 있는 젊은 처자. 이들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 보다.
우리들의 점심인 주먹밥. 김에 맨밥을 싸서..... 참기름을 조금 섞었다고는 하지만 밥이 설익어 그냥 먹기가 ......ㅠㅠ
솜다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대열의 맨 앞에 서서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산행능력이 남보다 앞선 것도 아닌데 고소에 특별히 어려움이 없어서 오다보니 순서가 그렇게 됐다.
대충 시간을 계산해보니 6시간 45분 정도가 걸렸다.
오는 도중 가느다란 빗줄기가 떨어졌는데 베이스캠프에 도착해도 날씨가 맑게 개이지는 않고 흐린 날씨다.
공가산 주봉과 그 주변 봉우리들은 하얀 구름으로 커튼을 치고 속살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베이스캠프의 텐트들. 가장 큰 텐트가 본부이고, 대원들은 2인용 텐트 5곳에 나뉘어 지내게 된다.
베이스캠프의 윗쪽에서 내려다 본 야영장소의 모습.
저녁이 되자 베이스캠프의 주변에 구름이 더욱 더 짙게 드리워진다. 어디선가 커다란 야크 한 마디가 텐트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베이스캠프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대원들. 저녁식사의 메뉴는 라면이다. 허접한 저녁식사지만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먹고있는 대원들. 옷차림을 보면 계절이
겨울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들게 한다. 베이스캠프가 있는 지점의 고도가 4,200m가 넘는 지역이니 평지보다 기온이 무려 24℃ 정도가 낮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일행들은 마부들이 싣고 온 야영장비를 배정받아 적당한 자리에 텐트를 치고 카고백을 찾아 각자의 짐을 정리하면서 야영준비를 마쳤다.
대충 정리를 마치고 났지만 아직도 시간에 많은 여유가 있다.
날씨가 흐리고 가끔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
내일은 날씨가 활짝 개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라면을 메뉴로 대원들이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마쳤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특별히 할 일이 없다.
각자 내일의 본격적인 등반을 위해 준비를 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텐트 사이의 적당한 장소에 모닥불이 피워졌다.
너무 일찍 잠자리에 들면 한밤중에 잠이 깨게 되는데 컴컴한 밤중에 할 일이 없어 애를 먹게 된다.
그래서 모닥불에 둘러 앉아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늦게 잠자리에 들 작정이다.
모닥불 가에 자리를 잡고 안았다.
한 두 방울씩 내리던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고산지대라서 나무도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
물기에 젖은 나무를 모아 어렵게 불을 피웠지만 상태가 시원치 않다.
그나마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글거리는 발간 불꽃보다는 하얀 연기만이 피어 올라 눈을 맵게 만든다.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텐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일은 날씨가 좋아져서 예정대로 산행을 할 수 있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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