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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

중국 공가산 나마봉 산행 ⑤

by 에코j 2012. 8. 15.

5일째 - 2012년 8월 1일 (수) 하루종일 가랑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구름(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씨

 

- 당초 예정 : B.C.(4,200m) → C1(4,900m) 

- 변경 일정 : 하루종일 B.C.에서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다 날씨가 호전되지 않고 계속 가랑비가 내려서 등정을 포기하다.

 

 

한밤중에 눈이 떠졌다.

뱃속이 매우 불편한 상태지만 텐트를 두드리는 빗줄기 소리에 얼른 바깥으로 나갈 업두를 못내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침낭 안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이며 뒤척이다가 다시 시계를 보니 5시쯤 된 것 같다.

더 이상 답답함을 참을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텐트를 빠져나왔다.

 

어둠 속에서 홀로 비를 맞으면서 저 푸른 초원 위에 근심을 떨쳐버리다.

일을 보고 나니 상태가 많이 나아졌음을 느낀다.

모두를 잠들은 밤중에 이 무슨 청승인고........ㅠㅠ

 

텐트로 돌아왔다가 한참 후에 날이 밝아짐을 느끼고 텐트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가랑비의 빗줄기가 굵어졌다 가늘어졌다를 반복한다.

기압계를 보니 598mbar를 가리키고 있다.

기압은 하루종일 변할줄을 모르고 고정되어 있었다.

 

이른 아침 B.C.의 모습. 짙은 안개가 낮게 드리워져 있고 가랑비가 계속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는 날씨였다.

 

이른 아침 머리를 다시 빗고 있는 마부 아줌마.

 

 

임 대장은 오전 10시 30분까지 기상상태를 더 기다려 보고 등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대원들에게 알렸다.

예정대로 등반을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날씨가 여의치 못한 상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텐트와 모닥불 주변을 서성거리면서 날씨가 좋아지기만을 바랬지만 시간이 흘러도 호전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대원들. 일단 아침을 먹고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아침식사는 북어국을 끓이고, 카레와 짜장을 덮혀서 함게 먹었다.

 

대원들이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온 식량들을 전부 모았다. 현지 가이드들이 만들어준 식사가 변변치 않아서 우리 대원들이 가져온 비상식량들을 주식량으로 해야만

했다. 입맛이 없어도 먹어야만 한다.

 

아침식사를 먹고나니 달리 할 일이 없다. 모닥불을 다시 피워 무료함을 달래고 있는 대원들과 가이드, 마부들.

 

마부들. 마부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처남(왼쪽)과 매형(텐트 안)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생나무를 칼로 자르고 있는 마부의 젊은 처자. 32세의 동갑내기 부부로 1남 1녀를 두고 있다고 한다.

 

모닥불 옆에서 꼬두레를 만들고 있는 마부.

 

 

우리 일행 중에는 한 사람의 불청객이 있었다.

중국인 젊은이였다.

그를 처음 본 것은 공가사 산장에서였다.

다음날 우리 일행이 공가빙하를 따라 베이스캠프로 올라올 때 대열에 합류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젊은이의 무모한 도전이 우리 대원들 뿐만 아니라 가이드들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계곡을 올라오면서 자신의 야영장비 등을 계곡 한쪽에 내려놓고 조그만 베낭 하나만을 짊어지고 우리 일행을 따라 왔다고 한다.

아무런 야영준비나 등반 장비도 없이 말이다.

 

처음에는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무관심했었는데 날이 어두워지는데도 대책이 없이 혼자 모닥불 앞에 앉아 있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이드들이 자기들 텐트에 들어와서 잠을 자게 배려를 했다고 한다.

그 다음날 아침이 되었는데도 산을 내려갈 생각도 하지 않고 우리 일행들 틈에 끼어 막무가내로 죽치고 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난감한 상태다.

 

모닥불을 살리기 위해 엎드려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마부들. 오른족 젊은이는 중국인으로 전날 산장에서 봤는데 어느 틈엔가 우리 대열에 합류해 있었다.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면서 텐트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는 대원들.

 

 

하루종일 가랑비가 오락가락 하고 있다.

오전 11시쯤이 되어서도 날씨가 변화가 없어 당초 일정을 포기하기로 했다.

예비날짜가 없는 빠듯한 일정으로 결국 나마봉 등정은 할 수 없게 되었다.

고생해서 먼길을 찾아 왔는데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쉬움이 짙게 남지만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당초 등반일정을 수정해서 다음날 산을 내려려가는 수 밖에 없다.

 

예상하지 못했던 날씨로 인하여 우리 대원들의 나마봉 정상 등정은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고산등정은 신의 영역인데 인간으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

비록 이번에 듯을 이루지 못하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자. 

 

텐트 가까이까지 다가선 말들.